VC는 홈런 아니면 차라리 삼진을 원한다.
해당 국가의 열광적인 스포츠를 보면 그 나라 또는 그 지역의 특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물론, 나라가 크고 인구가 많기때문에 두루 두루 여러 종류의 스포츠가 계절별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시청율, 연봉, 사람들의 대화, 팬들의 규모, 광고주등을 볼때, 미국의 3대 스포츠는 미식축구, 농구, 야구 임에 틀림없다.
미식축구를 보면, 미국 사회의 자본, 지배 구조 그리고 조직의 시스템이 돌아가는 구조를 관찰할 수 있다. 구단의 소유주인 구단주 (Owner)가 있고, 전체 프로구단 사업를 관리하는 책임 경영자 또는 단장(CEO/President), 그 밑에 실질적인 경기관련 총괄을 하는 General Manager, 선수들과 분야별 코치들을 관리하는 Head Coach 등이 프로선수위에 계층을 이루고 있다. 팬들은 경기 실적에 따라 경기 관람 수익과 지역언론을 통해 불만 및 변화의 압박을 가하고, 그에 따라 개별 코치 (수비, 공격 전담) 또는 헤드코치가 경질되기도 하며, 더 큰 혼란기에는 GM이 경질되기도 하며, 전체적인 수입 저조와 명성에 큰 문제를 유발하면 CEO까지도 오너가 개입해서 바꾸는 hierarchy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는 회사 시스템에서 각 부서별 부서장이 사람을 고용하거나 해고하는 모습이나, 주가 폭락에 따른 투자자들의 원성과 언론의 압박에 최고 경영자가 해고되는 것들과 매우 흡사하다.
미식축구의 주요 포지션 플레이어 (쿼터백, 와이드 리시버…) 처럼 농구나 야구역시 압도적으로 스타플레이어 중심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보상체제를 앞세워 무한 경쟁으로 선수들을 골라가면서 최상의 경기 결과를 얻고자 각 구단은 노력을 한다. 미국 스포츠 시즌중에는 해당 지역의 연고팀을 열심히 응원하지만, 하위팀으로 전락하여 우승과 너무 멀어질떄면, 구단은 바로 다음해를 위해 구조 조정을 하면서 선수들을 팔아치우거나 보강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엄청나게 두터운 선수층과 메이저 리그외에 단계별 마이너리그에서 나름 상승중인 젊은 성장주를 발굴하거나, 대학 또는 해외 리그에서 유망주를 스카우트하면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여야만 구단의 명성과 가치가 유지되는 시스템이다.
한편, 메이저리그 야구의 화두는 스타 홈런타자이다. 승부를 한방에 뒤집을 수 있는 막강한 화력을 갖추어야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것이다. 미국에서 번트를 대고, 단타위주로 차곡차곡 점수를 내어 이길려는 야구만을 추구하며 재미라는 요소를 배제한다면, 그 프로팀은 팬들의 원성을 받고, 감독 및 단장에 대한 불만은 대단히 높아질것이다. 사람들이 흥분하고 보고싶은 것은 통쾌한 홈런이다. 그것이 메이저리그 야구경기의 하이라이트이다. 삼진을 많이 당하더라도 결정적일때 역전 홈런을 치는 그런 슬러거들을 우리는 홈런타자로 열광하고 기억할 뿐이다. 오늘 싯점에 많은 연속 삼진을 당하면서 부진하다고 비판을 받았던 우리의 박병호 선수가 연속 홈런을 비롯 홈런 4방에 팀내 홈런 1위를 하니, 그런 소리가 쏙 들어가고 칭찬이 쏟아지는 것 처럼, 홈런은 야구의 꽃이다.
VC들을 야구 경기 시스템에 대입한다면, VC들이 원하는 것은 홈런이다*. 큰거 한방이다. 다시말하면, 시장이 커야 한다. (TAM: Total Available Market) 아무리 기술이 신기하고 삶에 유용할것으로 판단되어도, 이것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불투명하다면, 이것은 그냥 작은 알짜 중소기업의 미래가 될것이고,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의 가능성이 보이더라도 성공시에는 거대시장을 잠식하며 주도권을 차지할 수 있는 파괴력이 있다면 , 당분간 삼진 아웃을 당하더라도 계속 격려하고(투자하고) 기회를 줘서 한방으로 판세를 엎는 베팅을 지속하는 모델이다. 이들에게 홈런을 칠 수 있는 잠재력있는 타자 (한방 일낼 수 있는 창업자)에게는 엄청난 출장 기회 (자본 투여)를 제공하고, 좋은 훈련과 팀을 붙여준다.
1루타나 기습번트를 대고 발빠르게 안타를 챙겨 타율은 안정적인 그런 선수들에게는 큰 관심이 없다. 관심이 있다면, 이는 이런 단계를 거쳐야 크게 한방을 터트릴수 있는 경우일 것이다. 따라서, 여러분의 사업이 몇천억원, 몇조 시장을 노리는것이 아니고 몇십억에서 몇백억원 정도의 매출 규모에 만족할 정도의 사업 아이템이라면 VC에게는 그다지 어필되지 않을것이다. 오래동안 승부가 나지 않고 질질 시간을 끈다고 볼것이다.
하지만, VC들이 투자하지 않는다고 그 사업이 좋지 않은것은 절대 아니다. 야구에도 홈런은 못치지만 타율이 좋고 수비를 잘해서 팀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꿰차고 있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그들의 이름은 비록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잠깐 언급되고 지워지겠지만, 무슨 상관인가? 그래도 프로야구선수이고, 고액연봉이고, 건강하고, 아는 사람들이나 열성 팬들이 많진 않지만 나름 있을텐데 행복한 선수가 아닌가. 뜻이 통하는 앤젤투자자까지 만나서, 작지만 재미있고, 탄탄한 사업을 함께 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의미있는 창업의 길이다. 그러다 언젠가 3루타도 치고, 홈런도 칠수 있는 반전도 있다.
모두가 홈런 선수가 될 수 없다. 스카우터들이 엄청난 분석으로 잠재력을 평가하고, 차근차근 고등학교, 대학교 선수시절부터 가능성을 보여주고 확인되어질때 기회가 주어진다. 한번 큰 계약을 맺으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계속 기회를 준다 (지속적인 펀딩). 하지만 다운라운드도 있고 (마이너 가능, 퇴출), VC들도 큰 손해를 보기도 한다. 그게 벤쳐투자이고 VC들은 다시 다음 유망주를 찾고 베팅할 자금이 있는 존재이고, 창업자는 한번의 기회, 젊음을 삼진만 휘두르고 퇴출될 수도 있기때문에, 각자 그릇 크기에 맞는 방향을 찾아 나아가야 한다. 스포츠신문에 나오는 대박 연봉 선수들을 부러워하다가 좋은 실력, 젊음을 헛바람으로 보낼수가 있슴을 기억하자. 한국 프로야구의 거포들이 대거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올해, 그들을 통해 스타트업 창업자의 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 물론 다른 전략을 갖고 단타 위주, 기술 위주의 선수들을 선호하는 VC들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소소한 창업 아이템보다 큰거 한방만 노리는 앤젤투자자도 있고요. 그냥 보편적인 예를 들어본것입니다*)
VC들의 펀드 규모가 커지면서 홈런만 찾는 현상은 더 심화 되었습니다. 저희 같이 작은 펀드는 2루타만 쳐줘도 땡큐죠 ㅎㅎ
Phil Yoon
April 22, 2016 at 11:37 pm
BigBasin, BonAngel 같은 펀드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빅베이슨 캐피탈 화이팅입니다! LP라서 응원하는것이 아니라 벤쳐 생태계를 위해서 진심으로 성원합니다!
Young Song (송영길)
April 22, 2016 at 11:42 pm